BL드라마 37

🎬 Paris 리뷰|모든 사랑은 그 사람을 처음 바라보던 순간부터 시작된다

브라질 청춘들의 시선이 향한 곳, 그곳에 파리가 있었다파리는 이 드라마의 배경이 아니다.그건 상징이었다.도망치고 싶은 곳,숨고 싶은 곳,그리고 결국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곳.《Paris》는 브라질에서 제작된 8부작 퀴어 웹 드라마로,2024년부터 유튜브를 통해 방영되며 조용한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이야기의 중심엔 두 남자의 만남이 있다.그리고 그 만남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점이 된다.사랑은 먼 도시가 아니라, 바로 앞에 있는 너다니 (Dani)겉으론 쿨하고 독립적인 도시 청년이지만,사실 내면엔 끊임없는 회피와 상처가 있다.자신을 감추는 데 익숙한 인물.사랑도, 우정도, 삶도그저 적당한 거리에서 관찰하며 살아왔다.그러던 그가한 사람에게 처음으로 다가가고 싶..

🎬 KinnPorsche 리뷰|사랑은 총구 끝에서 시작된다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운명도 아니었다 — 그냥, 너였다어디선가 총성이 울렸다.도망쳤고, 부딪혔고, 멈춰 섰다.그때, 너를 만났다. 《KinnPorsche》는태국 BL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배경과 장르를 가진 작품이다.마피아와 보디가드,권력과 충성,위험과 욕망,그리고 그 가운데 피어난가장 뜨거운 감정, 사랑.이 드라마는 총과 주먹이 오가는 세계 속에서도“사랑은 살아남는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리를 증명한다.사랑은 계산할 수 없기에 더 위험하다킨 테차야 (Kinn, 마일 Phakphum Romsaithong)대형 마피아 조직의 차기 보스.냉정하고 절제된 말투,그 누구보다 빠르게 판단하고,그 누구보다 천천히 감정을 드러낸다.그런 킨이 포르쉐 앞에서만시선을 흩뜨리고,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그의 사랑은..

🎬 Zamudio: Perdidos en la Noche 리뷰|어둠 속에 버려진 존재, 우리가 끝내 외면했던 진실

사랑도 삶도, 그에겐 죄가 아니었다그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친구들과 웃고,엄마를 사랑하고,자신의 정체성을 부끄러워하지 않던스무 살의 게이 청년, 다니엘 자무디오. 《Zamudio: Perdidos en la Noche》는2012년 칠레에서 실제로 벌어진혐오 범죄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하지만 이건 단순한 실화 재현이 아니다.이 사회가 누구를 침묵하게 만들고,어떤 진실을 묻어버리는지 보여주는 참담한 기록이자 증언이다.그가 목소리를 낼수록, 세상은 더 잔인해졌다다니엘 자무디오 (Daniel Zamudio)밝고 명랑한 성격,평범한 일상과 소박한 꿈을 가졌던 청년.하지만 그는 가난했고, 게이였고, 튀었다.그는 자신의 존재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애썼고,오히려 '숨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웃고, 더 많..

🎬 It's a Sin 리뷰|우리는 살고, 사랑하고, 웃었고, 사라졌다

에이즈는 질병이 아니라, 침묵 속에서 생긴 상처였다1980년대, 런던.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병이 퍼지기 시작한다.그 병은 이름도 없이 사람들을 쓰러뜨리고,뉴스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It's a Sin》은 그 공백 속에서 생존하고 사랑하며 살아간청춘들의 삶을 찢어지게 아름답게 그려낸 이야기다.단지 ‘질병 드라마’가 아니다.이건 기록되지 못한 시대와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그리고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연대의 선언문이다.죽음을 몰랐던 청춘들의 빛리치 (Olly Alexander)밝고 에너지 넘치며, 연기를 사랑하는 게이 청년.대학 진학과 함께 런던으로 올라와처음으로 ‘자유’를 만난다.리치는 드라마 속 ‘빛’ 같은 존재다.그러나 그는 그 빛의 강렬함만큼 빠르게 사그라든다...

🎬 Sex O’Clock 리뷰|‘정상’이라는 시계는 누구를 기준으로 맞춰진 걸까

사랑과 정체성, 그리고 가족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까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른다지만사춘기, 커밍아웃, 첫사랑, 이별의 시간은모두에게 다르게 작동한다. 《Sex O’Clock》은그 각각의 시간이 엉켜 있는 가족,특히 ‘정상’이라는 시계를 강요받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따라간다.단순한 퀴어 드라마가 아니다.정체성, 사랑, 자아, 세대 간 갈등이 섬세하게 엉켜 있는가족 중심의 성장담이다.사랑과 혼란, 그리고 나 자신아담 (Adam)댄스를 사랑하는 평범한 고등학생.그러나 그의 삶은 어느 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커밍아웃과 이혼 선언으로 뒤집어진다.그는 스스로의 성 정체성도 아직 혼란스러운데,이제는 ‘게이의 아들’이라는 시선까지 마주해야 한다.아담의 매력은,그 혼란을 감추지 않는 솔직함과부조리한..

🎬 Early Swallows 리뷰|그들은 아직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나’라고 말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학교는 늘 무언가를 강요한다.침묵, 정답, 적응.우리는 그 안에서질문하는 법을 잊고,다르게 존재하는 법을 잊는다. 《Early Swallows》는그 강요된 질서 속에서살아남으려 애쓰는 소년들의 이야기다.우크라이나의 대중 지상파에서십대 게이의 성 정체성, 집단 괴롭힘, 자살 충동, 우울증을이토록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다룬 건 이 드라마가 처음이었다.“네가 이상한 게 아니야, 세상이 무례한 거야” 세바 (Seva)누가 봐도 ‘문제 없어 보이는’ 우등생.그러나 그는 매일 밤, 자신을 해하려는 충동과 싸운다.그 이유는 단순했다.그는 게이였고,그 사실을 알게 된 학교 친구들이 그를 지옥으로 몰았기 때문이다.세바의 가장 무서운 적은,타인의 폭력이 아니라그 침묵을 강요당하는 ..

🎬 MTV Shuga: Down South 리뷰|그들은 사랑했고, 세상은 그들을 무시하지 못했다

진짜 위험은, 사랑이 아니라 침묵이었다“게이도 에이즈도 다 죄야.”어디선가,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지금도. **《MTV Shuga: Down South》**는그 말에 맞서아프리카 청춘들의 진짜 이야기를 당당하게 꺼내놓은 드라마다. HIV/AIDS 예방 교육 콘텐츠라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지만,이 시리즈는 그 이상이었다.이건 단지 정보 전달이 아닌,누군가의 생존,누군가의 사랑,누군가의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위해 만들어진 서사였다.사랑은 감추지 않을 때 진짜가 된다Levi (샘케 마코바 Samke Makhoba)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감추고 살아가는 고등학생.그의 삶은 늘 ‘연기’와 ‘불안’으로 가득하지만,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며처음으로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게 된다.그의 감정은 서툴지만, ..

🎬 Queers 리뷰|혼잣말 같지만 모두의 이야기, 퀴어들의 진심이 목소리로 살아난다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 당신은 들리나요?사람들은 퀴어 드라마라고 하면로맨스, 고백, 커밍아웃, 갈등을 떠올린다.하지만 BBC의 **《Queers》**는 그런 틀을 과감히 부쉈다.단 한 명의 배우. 단 하나의 목소리. 단 20분 남짓한 시간.그럼에도 이 드라마는수십 년을 살아온 한 사람의 생을그 무엇보다 깊고 묵직하게 우리 앞에 풀어놓는다.이건 드라마라기보다는기억과 고백, 역사와 숨결이 살아 있는 퀴어 독백극이다.다양한 시대, 다양한 정체성《Queers》는 총 8편의 독립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각 회마다 시대와 성별, 성향, 계급이 다른 등장인물이 1인극을 펼친다. Episode 1: The Man on the Platform제1차 세계대전 직후.전쟁터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남자와 작별했던..

🎬 Isidingo 리뷰|아프리카 TV 속, 사랑은 침묵하지 않았다

그 사랑은 조용했지만, 분명히 존재했다1998년부터 2020년까지,무려 22년을 달려온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민 드라마 《Isidingo》.처음엔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일일극이었다.그러나 이 드라마는 시간이 흐르며,남아프리카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2006년,한 게이 커플의 결혼식을 방송한 에피소드는남아공 방송 역사상 최초의 ‘퀴어 결혼 장면’으로 남는다.이건 단지 한 장면이 아니었다.사랑은 말할 수 없었던 시대를 통과하며,침묵이 아닌 “존재”로 말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배경은 평범했지만, 인물은 그러지 않았다레노 벤틀리 (Len Cooper, Emmanuel Castis)그는 초반엔 흔한 일일극의 직장 상사처럼 보였지만,이후 커밍아웃을 선언하며 이야기의..

🎬 The Eclipse 리뷰|그 학교의 규칙, 그들의 감정은 예외였다

빛은 항상 그림자를 만들고, 사랑은 언제나 금기를 뚫고 들어온다엄격한 규칙이 지배하는 교복,그 속에서 웃는 얼굴로 입 다문 아이들. 《The Eclipse》는 태국 GMMTV의 또 하나의 수작으로,학원물이라는 틀 안에 “금지된 감정”과 “숨겨진 진실”을 풀어낸 작품이다. 여기선 사랑도, 자유도,그저 규칙 위에 놓인 문제에 불과했다.하지만 그 문제를 처음으로 ‘고의로 틀린’ 아이가 있었다.그게 바로 아얀이다.그리고 그 아이 앞에 선 학생회장, 악.그들의 대립은 이 드라마의 시작이지만,사랑은 언제나 그 반대편에서 자란다.규칙을 믿는 자 vs 질문하는 자 악 (Akk, 퍼스트 Kanaphan Puitrakul)학내 규율을 가장 잘 지키는 학생회장.엄격한 집안에서 자라,모든 일엔 답이 있다고 믿는다.하지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