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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amudio: Perdidos en la Noche 리뷰|어둠 속에 버려진 존재, 우리가 끝내 외면했던 진실

무지개를 보는 BLQ43 2025. 5. 6. 11:11

가로등 아래 벤치에 혼자 앉아 헤드셋을 낀 채 고요히 시간을 보내는 칠레 청년의 마지막 밤

사랑도 삶도, 그에겐 죄가 아니었다

그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친구들과 웃고,
엄마를 사랑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부끄러워하지 않던
스무 살의 게이 청년, 다니엘 자무디오.

 

《Zamudio: Perdidos en la Noche》는
2012년 칠레에서 실제로 벌어진
혐오 범죄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실화 재현이 아니다.
이 사회가 누구를 침묵하게 만들고,
어떤 진실을 묻어버리는지 보여주는 참담한 기록이자 증언이다.


그가 목소리를 낼수록, 세상은 더 잔인해졌다

다니엘 자무디오 (Daniel Zamudio)
밝고 명랑한 성격,
평범한 일상과 소박한 꿈을 가졌던 청년.

하지만 그는 가난했고, 게이였고, 튀었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애썼고,
오히려 '숨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 당당함은
이 사회에겐 ‘도발’로 읽혔다.

 

그의 생명은 차별과 혐오,
그리고 무관심에 의해
천천히 그리고 잔인하게 지워져 간다.

사회, 가족, 언론, 그리고 우리 모두
이 드라마의 ‘가해자’는 한 명이 아니다.


그를 두들겨 팬 손,
그걸 방치한 시스템,
그리고 끝내 외면했던 우리 사회.

《Zamudio》는 특정 인물보다,
'사회 구조 전체'를 피의자로 삼는다.


“난 그냥 나로 살고 싶었을 뿐이야.”

드라마 중후반,
다니엘이 친구에게 말한다.

 

“난 그냥 나로 살고 싶었을 뿐이야.
숨기고 싶지 않았어.”

 

이 단순한 고백은
그 어떤 드라마틱한 대사보다 아프고 절실하다.

그는 잘못한 게 없었다.
그는 죄를 지은 적도, 누군가를 해친 적도 없다.

단지 자신을 부정하지 않았고,
그 선택은 이 사회에 의해 형벌이 되었다.

 

《Zamudio》는 그 ‘죄 없는 사람의 죽음’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고 조명하며,
시청자에게 ‘당신은 이 일과 무관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는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

나는 2012년 이 사건의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오래 기억하지 않았다.

그 일이 얼마나 끔찍했고,
그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를

이 드라마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사실, 우리 주변에도 다니엘은 있었다.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말하려 애쓰던 사람들.

나는 때로 그런 이들을 응원하지 못했고,
더러는 그들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

 

《Zamudio》는 나에게 죄책감을 주지 않았다.
대신 그들에게 사과할 기회를 줬다.
그리고 다시는 그들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게 만들었다.


벤치 위, 조용히 혼자 앉아 있던 밤

극 중 다니엘이 마지막으로 앉아 있었던 공원 벤치.
가로등 불빛 아래,
그는 이어폰을 끼고 조용히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 장면엔 대사도, 음악도 없다.
그저 ‘아무 일 없을 것 같던’ 평범한 밤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날 그 자리는,
한 사람의 생이 끝나는 장소가 되었다.

침묵 속의 폭력, 무심한 일상 속의 비극.
그 모든 것이 고요한 카메라 워킹으로 담긴 이 장면은
가장 잔인한 폭로이자
가장 슬픈 추모였다.


최종 한줄평

숨지 않고 살아가고자 했던 한 청년의 삶과 죽음이,
이 사회가 얼마나 쉽게 사랑을 혐오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한눈에 보는 리뷰 요약 카드

항목내용
제목 Zamudio: Perdidos en la Noche
제작 국가 칠레
장르 사회 드라마, 실화 기반, 퀴어
방영 연도 2015
출연 Nicolás Rojas 외
제작 TVN Chile
회차 총 4부작 미니시리즈

※ 본 리뷰에 포함된 이미지는 AI 생성 이미지이며, 실제 인물 및 장면과는 무관한 참고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