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드라마 33

🎬 Sex O’Clock 리뷰|‘정상’이라는 시계는 누구를 기준으로 맞춰진 걸까

사랑과 정체성, 그리고 가족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까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른다지만사춘기, 커밍아웃, 첫사랑, 이별의 시간은모두에게 다르게 작동한다. 《Sex O’Clock》은그 각각의 시간이 엉켜 있는 가족,특히 ‘정상’이라는 시계를 강요받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따라간다.단순한 퀴어 드라마가 아니다.정체성, 사랑, 자아, 세대 간 갈등이 섬세하게 엉켜 있는가족 중심의 성장담이다.사랑과 혼란, 그리고 나 자신아담 (Adam)댄스를 사랑하는 평범한 고등학생.그러나 그의 삶은 어느 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커밍아웃과 이혼 선언으로 뒤집어진다.그는 스스로의 성 정체성도 아직 혼란스러운데,이제는 ‘게이의 아들’이라는 시선까지 마주해야 한다.아담의 매력은,그 혼란을 감추지 않는 솔직함과부조리한..

🎬 Early Swallows 리뷰|그들은 아직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나’라고 말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학교는 늘 무언가를 강요한다.침묵, 정답, 적응.우리는 그 안에서질문하는 법을 잊고,다르게 존재하는 법을 잊는다. 《Early Swallows》는그 강요된 질서 속에서살아남으려 애쓰는 소년들의 이야기다.우크라이나의 대중 지상파에서십대 게이의 성 정체성, 집단 괴롭힘, 자살 충동, 우울증을이토록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다룬 건 이 드라마가 처음이었다.“네가 이상한 게 아니야, 세상이 무례한 거야” 세바 (Seva)누가 봐도 ‘문제 없어 보이는’ 우등생.그러나 그는 매일 밤, 자신을 해하려는 충동과 싸운다.그 이유는 단순했다.그는 게이였고,그 사실을 알게 된 학교 친구들이 그를 지옥으로 몰았기 때문이다.세바의 가장 무서운 적은,타인의 폭력이 아니라그 침묵을 강요당하는 ..

🎬 MTV Shuga: Down South 리뷰|그들은 사랑했고, 세상은 그들을 무시하지 못했다

진짜 위험은, 사랑이 아니라 침묵이었다“게이도 에이즈도 다 죄야.”어디선가,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지금도. **《MTV Shuga: Down South》**는그 말에 맞서아프리카 청춘들의 진짜 이야기를 당당하게 꺼내놓은 드라마다. HIV/AIDS 예방 교육 콘텐츠라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지만,이 시리즈는 그 이상이었다.이건 단지 정보 전달이 아닌,누군가의 생존,누군가의 사랑,누군가의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위해 만들어진 서사였다.사랑은 감추지 않을 때 진짜가 된다Levi (샘케 마코바 Samke Makhoba)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감추고 살아가는 고등학생.그의 삶은 늘 ‘연기’와 ‘불안’으로 가득하지만,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며처음으로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게 된다.그의 감정은 서툴지만, ..

🎬 Queers 리뷰|혼잣말 같지만 모두의 이야기, 퀴어들의 진심이 목소리로 살아난다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 당신은 들리나요?사람들은 퀴어 드라마라고 하면로맨스, 고백, 커밍아웃, 갈등을 떠올린다.하지만 BBC의 **《Queers》**는 그런 틀을 과감히 부쉈다.단 한 명의 배우. 단 하나의 목소리. 단 20분 남짓한 시간.그럼에도 이 드라마는수십 년을 살아온 한 사람의 생을그 무엇보다 깊고 묵직하게 우리 앞에 풀어놓는다.이건 드라마라기보다는기억과 고백, 역사와 숨결이 살아 있는 퀴어 독백극이다.다양한 시대, 다양한 정체성《Queers》는 총 8편의 독립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각 회마다 시대와 성별, 성향, 계급이 다른 등장인물이 1인극을 펼친다. Episode 1: The Man on the Platform제1차 세계대전 직후.전쟁터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남자와 작별했던..

🎬 Isidingo 리뷰|아프리카 TV 속, 사랑은 침묵하지 않았다

그 사랑은 조용했지만, 분명히 존재했다1998년부터 2020년까지,무려 22년을 달려온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민 드라마 《Isidingo》.처음엔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일일극이었다.그러나 이 드라마는 시간이 흐르며,남아프리카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2006년,한 게이 커플의 결혼식을 방송한 에피소드는남아공 방송 역사상 최초의 ‘퀴어 결혼 장면’으로 남는다.이건 단지 한 장면이 아니었다.사랑은 말할 수 없었던 시대를 통과하며,침묵이 아닌 “존재”로 말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배경은 평범했지만, 인물은 그러지 않았다레노 벤틀리 (Len Cooper, Emmanuel Castis)그는 초반엔 흔한 일일극의 직장 상사처럼 보였지만,이후 커밍아웃을 선언하며 이야기의..

🎬 The Eclipse 리뷰|그 학교의 규칙, 그들의 감정은 예외였다

빛은 항상 그림자를 만들고, 사랑은 언제나 금기를 뚫고 들어온다엄격한 규칙이 지배하는 교복,그 속에서 웃는 얼굴로 입 다문 아이들. 《The Eclipse》는 태국 GMMTV의 또 하나의 수작으로,학원물이라는 틀 안에 “금지된 감정”과 “숨겨진 진실”을 풀어낸 작품이다. 여기선 사랑도, 자유도,그저 규칙 위에 놓인 문제에 불과했다.하지만 그 문제를 처음으로 ‘고의로 틀린’ 아이가 있었다.그게 바로 아얀이다.그리고 그 아이 앞에 선 학생회장, 악.그들의 대립은 이 드라마의 시작이지만,사랑은 언제나 그 반대편에서 자란다.규칙을 믿는 자 vs 질문하는 자 악 (Akk, 퍼스트 Kanaphan Puitrakul)학내 규율을 가장 잘 지키는 학생회장.엄격한 집안에서 자라,모든 일엔 답이 있다고 믿는다.하지만 ‘이..

🎬 El Club 리뷰|금기의 경계에서 피어난 정체성, 그리고 그를 향한 감정

“너와 나, 이 판에서는 아무도 몰라야 했던 이름이었어”범죄와 쾌락, 그리고 사랑 사이의 이중생활 《El Club》은Netflix 오리지널로 제작된 멕시코 드라마로,부유한 젊은이들이 일탈로 시작한 마약 유통 사업에깊숙이 빠져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단순한 범죄물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주인공 중 한 명인 ‘산티아고’의 퀴어 서사가작품의 한 축을 조용히 그리고 진중하게 지탱하기 때문이다.아무도 모르게 시작된 그의 감정은,범죄보다 더 숨기고 싶었던 진짜 욕망이었다.“넌 나한테 위험한데… 왜 이렇게 계속 생각나지?” 산티아고 (Santiago)기득권 집안 출신, 부드럽고 조용한 성격.겉으로는 모범적이지만내면엔 말 못할 갈등과 질문이 얽혀 있다.그는 친구들과 함께마약 유통 조직에 가담하며 점점..

🎬 Operation Hyacinth 리뷰|국가가 사랑을 감시하던 시대, 침묵은 죄가 되었다

사랑이 범죄가 되던 날들지금 이 순간,누군가는 손을 맞잡고 거리 위를 걷는다.그러나 그 시절 폴란드에선그 손을 내미는 것조차 ‘감시의 대상’이 되는 행위였다. 《Operation Hyacinth》는1980년대 폴란드 정부가 실제로 시행했던게이 남성 색출 작전 ‘히아신스 작전’을 배경으로 한섬뜩할 만큼 사실적인 퀴어 스릴러다.이야기는 살인사건 수사를 맡은 한 젊은 경찰이동성애자들을 추적하는 국가의 시스템 안에서자신의 정체성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아낸다.목소리를 내는 순간, 더는 돌아갈 수 없다로베르트 (Robert, Tomasz Ziętek)아버지의 뜻대로 경찰이 되었지만,그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억압하는 도구’**가 되어가는 청년.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쫓다게이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가게 되..

🎬 Mid-Century Modern 리뷰|팔로우미, 중년의 황금기를 함께 살아가는 법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한다인생의 중반기에 접어들면, 우리는 종종 새로운 시작을 꿈꾸지만 그에 따르는 두려움도 함께 찾아온다.**《Mid-Century Modern》**은 그런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이다.이 드라마는 중년의 게이 남성들이 함께 살아가며 겪는 사랑, 우정, 그리고 삶의 희로애락을 그려내며,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의 용기를 불어넣는다.​각자의 색깔로 빛나는 인생의 주인공들버니 슈나이더만 (Bunny Schneiderman, 네이선 레인 분)성공한 사업가로,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사랑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한 인물이다.겉으로는 자신감 넘치지만, 내면에는 사랑에 대한 갈망과 두려움이 공존한다.그의 복잡한 감정선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

🎬 Queer as Folk 리뷰|게이 커뮤니티의 ‘리얼’한 삶, 그 시작과 끝

‘있는 그대로의 우리’가 처음으로 화면에 등장했던 시간2000년대 초반.브라운관에 남자와 남자가 키스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세상은 충격을 받았다.그러나 우리에겐 충격이 아니라 숨통이 트이는 장면이었다. **《Queer as Folk》**는 그 시절,TV 속 ‘비정상’ 취급 받던 성소수자들의 삶을처음으로 당당히 메인 서사로 그려낸 미국 드라마다.그리고 지금 다시 봐도,그 진심과 용기는 여전히 눈부시다.자극보다 진심, 드라마보다 ‘삶’ – 등장인물 분석브라이언 키니 (Gale Harold)이 드라마의 상징 같은 인물.잘생기고 매력적이며, 절대 사랑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주의자.하지만 그 내면엔 누구보다 외로운 아이가 숨어 있다.사랑을 부정하면서도 사랑받고 싶고,관계를 거부하면서도 혼자는 싫은 남자.그의 복잡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