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퀴어 드라마 리뷰/기타 국가 12

🎬 Zamudio: Perdidos en la Noche 리뷰|어둠 속에 버려진 존재, 우리가 끝내 외면했던 진실

사랑도 삶도, 그에겐 죄가 아니었다그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친구들과 웃고,엄마를 사랑하고,자신의 정체성을 부끄러워하지 않던스무 살의 게이 청년, 다니엘 자무디오. 《Zamudio: Perdidos en la Noche》는2012년 칠레에서 실제로 벌어진혐오 범죄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하지만 이건 단순한 실화 재현이 아니다.이 사회가 누구를 침묵하게 만들고,어떤 진실을 묻어버리는지 보여주는 참담한 기록이자 증언이다.그가 목소리를 낼수록, 세상은 더 잔인해졌다다니엘 자무디오 (Daniel Zamudio)밝고 명랑한 성격,평범한 일상과 소박한 꿈을 가졌던 청년.하지만 그는 가난했고, 게이였고, 튀었다.그는 자신의 존재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애썼고,오히려 '숨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웃고, 더 많..

🎬 Sex O’Clock 리뷰|‘정상’이라는 시계는 누구를 기준으로 맞춰진 걸까

사랑과 정체성, 그리고 가족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까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른다지만사춘기, 커밍아웃, 첫사랑, 이별의 시간은모두에게 다르게 작동한다. 《Sex O’Clock》은그 각각의 시간이 엉켜 있는 가족,특히 ‘정상’이라는 시계를 강요받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따라간다.단순한 퀴어 드라마가 아니다.정체성, 사랑, 자아, 세대 간 갈등이 섬세하게 엉켜 있는가족 중심의 성장담이다.사랑과 혼란, 그리고 나 자신아담 (Adam)댄스를 사랑하는 평범한 고등학생.그러나 그의 삶은 어느 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커밍아웃과 이혼 선언으로 뒤집어진다.그는 스스로의 성 정체성도 아직 혼란스러운데,이제는 ‘게이의 아들’이라는 시선까지 마주해야 한다.아담의 매력은,그 혼란을 감추지 않는 솔직함과부조리한..

🎬 Early Swallows 리뷰|그들은 아직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나’라고 말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학교는 늘 무언가를 강요한다.침묵, 정답, 적응.우리는 그 안에서질문하는 법을 잊고,다르게 존재하는 법을 잊는다. 《Early Swallows》는그 강요된 질서 속에서살아남으려 애쓰는 소년들의 이야기다.우크라이나의 대중 지상파에서십대 게이의 성 정체성, 집단 괴롭힘, 자살 충동, 우울증을이토록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다룬 건 이 드라마가 처음이었다.“네가 이상한 게 아니야, 세상이 무례한 거야” 세바 (Seva)누가 봐도 ‘문제 없어 보이는’ 우등생.그러나 그는 매일 밤, 자신을 해하려는 충동과 싸운다.그 이유는 단순했다.그는 게이였고,그 사실을 알게 된 학교 친구들이 그를 지옥으로 몰았기 때문이다.세바의 가장 무서운 적은,타인의 폭력이 아니라그 침묵을 강요당하는 ..

🎬 MTV Shuga: Down South 리뷰|그들은 사랑했고, 세상은 그들을 무시하지 못했다

진짜 위험은, 사랑이 아니라 침묵이었다“게이도 에이즈도 다 죄야.”어디선가,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지금도. **《MTV Shuga: Down South》**는그 말에 맞서아프리카 청춘들의 진짜 이야기를 당당하게 꺼내놓은 드라마다. HIV/AIDS 예방 교육 콘텐츠라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지만,이 시리즈는 그 이상이었다.이건 단지 정보 전달이 아닌,누군가의 생존,누군가의 사랑,누군가의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위해 만들어진 서사였다.사랑은 감추지 않을 때 진짜가 된다Levi (샘케 마코바 Samke Makhoba)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감추고 살아가는 고등학생.그의 삶은 늘 ‘연기’와 ‘불안’으로 가득하지만,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며처음으로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게 된다.그의 감정은 서툴지만, ..

🎬 Isidingo 리뷰|아프리카 TV 속, 사랑은 침묵하지 않았다

그 사랑은 조용했지만, 분명히 존재했다1998년부터 2020년까지,무려 22년을 달려온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민 드라마 《Isidingo》.처음엔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일일극이었다.그러나 이 드라마는 시간이 흐르며,남아프리카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2006년,한 게이 커플의 결혼식을 방송한 에피소드는남아공 방송 역사상 최초의 ‘퀴어 결혼 장면’으로 남는다.이건 단지 한 장면이 아니었다.사랑은 말할 수 없었던 시대를 통과하며,침묵이 아닌 “존재”로 말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배경은 평범했지만, 인물은 그러지 않았다레노 벤틀리 (Len Cooper, Emmanuel Castis)그는 초반엔 흔한 일일극의 직장 상사처럼 보였지만,이후 커밍아웃을 선언하며 이야기의..

🎬 Operation Hyacinth 리뷰|국가가 사랑을 감시하던 시대, 침묵은 죄가 되었다

사랑이 범죄가 되던 날들지금 이 순간,누군가는 손을 맞잡고 거리 위를 걷는다.그러나 그 시절 폴란드에선그 손을 내미는 것조차 ‘감시의 대상’이 되는 행위였다. 《Operation Hyacinth》는1980년대 폴란드 정부가 실제로 시행했던게이 남성 색출 작전 ‘히아신스 작전’을 배경으로 한섬뜩할 만큼 사실적인 퀴어 스릴러다.이야기는 살인사건 수사를 맡은 한 젊은 경찰이동성애자들을 추적하는 국가의 시스템 안에서자신의 정체성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아낸다.목소리를 내는 순간, 더는 돌아갈 수 없다로베르트 (Robert, Tomasz Ziętek)아버지의 뜻대로 경찰이 되었지만,그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억압하는 도구’**가 되어가는 청년.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쫓다게이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가게 되..

🎬 Skam 시즌 3 리뷰|사랑이 나를 증명하는 첫 번째 순간

17살의 나에게, 사랑은 질문이었다누구나 열일곱쯤 되면 스스로에게 묻는다.“나는 누구지?” “이 감정은 뭐지?” “나, 괜찮은 사람인가?”그리고 그 질문은 더 깊은 밤으로, 더 고요한 마음속으로 파고든다.《Skam 시즌 3》은 노르웨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소년,이삭 발터센이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그린다.그리고 그 모든 감정의 곁엔, 에반 베이그엔이라는 존재가 있다.이 드라마는 단순한 퀴어 로맨스를 넘어십대의 혼란, 외로움, 사랑, 정체성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감정들을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조용히 보여준다.그건 정확히, 우리가 살면서 가장 처음으로 '나'를 인식했던 그 순간들과 닮아 있다.이삭과 에반, 그리고 내가 가장 숨기고 싶었던 나이삭은 조용한 성격의 17살 소년이다.친구들 사이에서는 별다를..

🎬 Young Royals 리뷰|왕관보다 너를 택하고 싶었던 소년

우리가 외워야 했던 이름 대신, 진짜 감정을 말하고 싶었던 시간우리는 어릴 적부터 익숙한 이름들을 외웠다.왕족, 명문가, 귀족… 그 이름 아래 감춰진 기대와 책임, 그리고 무게를 당연하게 여겼다.하지만 이름은 곧 ‘타인의 시선’이고, 진짜 나를 가두는 틀일 뿐이다.《Young Royals》는 바로 그 틀 속에서 숨쉬려 발버둥치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스웨덴의 왕자 윌헬름.그가 기숙학교 힐레르스카에 입학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 드라마는단순한 틴에이저 로맨스가 아니라, 정체성, 계급, 책임, 사랑이라는 무거운 테마를아주 섬세하고도 진실하게 풀어낸다.윌헬름과 시몬, 전혀 다른 세계에서 만난 두 청춘윌헬름 왕자는 어딘가 늘 망설이는 사람이다.그의 어깨엔 "왕실의 미래"라는 말이 올라와 있고,그 눈동자엔 자꾸만 하..

🎬 Botineras 리뷰|축구계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사랑과 비밀

열광의 환호, 그리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사랑축구는 아르헨티나에서 신앙에 가깝다.수천 명의 관중이 외치는 골 세리머니 속에서, 우리는 선수들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른다.하지만 그 이름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는, 그 누구도 쉽게 꺼내지 않는다.《Botineras》는 그 억눌린 이야기를 드러낸다.이 드라마는 축구계의 화려한 겉모습 너머,돈과 권력, 범죄, 그리고 금기된 사랑이 얽힌 어른들의 세계를 날카롭고도 섬세하게 파고든다.무엇보다 이 작품은 "게이인 남성 운동선수"라는 존재 자체가 얼마나 외롭고 위험한 것인지,그리고 그 안에서도 사랑이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보여준다.나로선 이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일 수 없었다.드라마 속 등장인물보다, 등장인물로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치키 플로레스는 모두가 사랑하는 축구 스..

🎬 Los exitosos Pells 리뷰|스포트라이트에 갇힌 두 남자의 진실

현실보다 더 진짜 같았던 거짓TV 뉴스가 시작되면, 정돈된 목소리와 단정한 정장이 전하는 진실이 있다.하지만 그 진실은 얼마나 진짜일까.그리고 그 화면 속 인물이 더 이상 자기 자신이 아닌 누군가로 살아간다면, 그 사랑은, 그 관계는 어디로 향할까.‘Los exitosos Pells’는 그런 질문에서 시작되는 아르헨티나의 드라마다.세련되고 냉정한 뉴스 앵커 마르틴 펠스와, 그를 대신해 그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무명배우 곤살로의 이야기는,익숙한 삼각 구도를 벗어나 정체성, 사랑, 사회적 위선을 함께 끌어안는다.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한동안 거울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겉으로는 “괜찮아요”라 말하며 사회에 섞이지만, 속으로는 “나는 누구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하던 나날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완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