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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tineras 리뷰|축구계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사랑과 비밀

무지개를 보는 BLQ43 2025. 4. 5. 22:44

 

비 오는 밤, 가로등 아래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20대 후반의 축구 선수와 경찰관,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

열광의 환호, 그리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사랑

축구는 아르헨티나에서 신앙에 가깝다.
수천 명의 관중이 외치는 골 세리머니 속에서, 우리는 선수들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른다.
하지만 그 이름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는, 그 누구도 쉽게 꺼내지 않는다.

《Botineras》는 그 억눌린 이야기를 드러낸다.
이 드라마는 축구계의 화려한 겉모습 너머,
돈과 권력, 범죄, 그리고 금기된 사랑이 얽힌 어른들의 세계를 날카롭고도 섬세하게 파고든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게이인 남성 운동선수"라는 존재 자체가 얼마나 외롭고 위험한 것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도 사랑이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나로선 이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일 수 없었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보다, 등장인물로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 치키 플로레스는 모두가 사랑하는 축구 스타다.
    하지만 스페인에서의 한 동료 선수의 죽음 이후, 그는 고국으로 돌아오고
    그의 완벽한 삶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치키의 눈빛은 늘 누군가를 경계하고 있고,
    그의 어깨엔 경기장의 조명이 아닌 비밀의 무게가 얹혀 있다.
  • 마노 로카는 경찰이다.
    겉으론 철저한 법의 사람 같지만,
    그는 수사 중 만난 치키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며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치키와 마노의 관계는 "잠입수사"라는 설정 아래, 진실과 거짓이 교차하는 사랑의 서사로 진화한다.
  • 이 외에도 드라마엔 여자친구, 매니저, 변호사 등
    이 관계를 둘러싸고 복잡한 이해관계와 거짓말이 얽혀 있다.
    그러나 결국 핵심은 하나다.
    누가 진짜로 나를 사랑하고, 누가 내 진짜 얼굴을 알고 있는가.

“내가 누군지, 당신은 정말 알고 싶어요?”

치키가 마노에게 처음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의 대사다.
그 말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질문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20대 중반, 나는 이성애자인 척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지냈다.
소개팅에 억지로 나가고, 후배들이 묻는 "형, 이상형은요?"라는 말에 농담처럼 넘어갔다.
하지만 내 안엔 항상 질문이 있었다.
"누군가 나를 진짜로 알게 되면, 나를 떠나지 않을까?"

치키의 말은 그 시절의 나에게 건네는 듯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 눈물의 락커룸, 그들은 침묵으로 입을 맞췄다

한 장면.
치키가 경기에서 퇴장당하고, 락커룸에 들어온다.
그는 유니폼을 던지고, 벽에 주먹을 내리친다.
마노가 조용히 다가와 말없이 치키의 손을 붙잡는다.

말은 없다.
숨소리, 그리고 어깨의 떨림만 있다.
마노는 그 손을 잡은 채, 천천히 이마를 치키의 이마에 갖다 댄다.
그 짧은 접촉은 마치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비밀스러운 입맞춤처럼 느껴진다.


“운동선수라서가 아니라, 그냥 남자라서 숨겨야 했던 사랑”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자꾸 내 안의 오래된 감정들이 떠오른다.
게이로 산다는 건 늘 “선택”을 강요받는 일이다.
사랑할 것인가, 숨길 것인가.
손을 잡을 것인가, 시선을 피할 것인가.
《Botineras》는 이 모든 선택의 순간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그건 단지 드라마가 아니라, 누군가의 생존기다.
그리고 나도 그 생존의 연대에 포함돼 있다.


최종 한줄평

“화려한 유니폼 뒤, 사랑과 진실이 싸우는 가장 인간적인 경기장을 그린 작품이다.”


한눈에 보는 리뷰 요약 카드

항목내용
제목 Botineras
제작 국가 아르헨티나
장르 텔레노벨라, 드라마
출연 니콜라스 카브레, 로미나 가에타니, 다미안 데 산토 등
방영 기간 2009년 11월 24일 ~ 2010년 8월 25일
줄거리 요약 축구계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부패와 사랑, 그리고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 본 리뷰에 포함된 이미지는 AI 생성 이미지이며, 실제 인물 및 장면과는 무관한 참고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