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의 환호, 그리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사랑
축구는 아르헨티나에서 신앙에 가깝다.
수천 명의 관중이 외치는 골 세리머니 속에서, 우리는 선수들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른다.
하지만 그 이름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는, 그 누구도 쉽게 꺼내지 않는다.
《Botineras》는 그 억눌린 이야기를 드러낸다.
이 드라마는 축구계의 화려한 겉모습 너머,
돈과 권력, 범죄, 그리고 금기된 사랑이 얽힌 어른들의 세계를 날카롭고도 섬세하게 파고든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게이인 남성 운동선수"라는 존재 자체가 얼마나 외롭고 위험한 것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도 사랑이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나로선 이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일 수 없었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보다, 등장인물로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 치키 플로레스는 모두가 사랑하는 축구 스타다.
하지만 스페인에서의 한 동료 선수의 죽음 이후, 그는 고국으로 돌아오고
그의 완벽한 삶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치키의 눈빛은 늘 누군가를 경계하고 있고,
그의 어깨엔 경기장의 조명이 아닌 비밀의 무게가 얹혀 있다. - 마노 로카는 경찰이다.
겉으론 철저한 법의 사람 같지만,
그는 수사 중 만난 치키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며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치키와 마노의 관계는 "잠입수사"라는 설정 아래, 진실과 거짓이 교차하는 사랑의 서사로 진화한다. - 이 외에도 드라마엔 여자친구, 매니저, 변호사 등
이 관계를 둘러싸고 복잡한 이해관계와 거짓말이 얽혀 있다.
그러나 결국 핵심은 하나다.
누가 진짜로 나를 사랑하고, 누가 내 진짜 얼굴을 알고 있는가.
“내가 누군지, 당신은 정말 알고 싶어요?”
치키가 마노에게 처음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의 대사다.
그 말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질문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20대 중반, 나는 이성애자인 척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지냈다.
소개팅에 억지로 나가고, 후배들이 묻는 "형, 이상형은요?"라는 말에 농담처럼 넘어갔다.
하지만 내 안엔 항상 질문이 있었다.
"누군가 나를 진짜로 알게 되면, 나를 떠나지 않을까?"
치키의 말은 그 시절의 나에게 건네는 듯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 눈물의 락커룸, 그들은 침묵으로 입을 맞췄다
한 장면.
치키가 경기에서 퇴장당하고, 락커룸에 들어온다.
그는 유니폼을 던지고, 벽에 주먹을 내리친다.
마노가 조용히 다가와 말없이 치키의 손을 붙잡는다.
말은 없다.
숨소리, 그리고 어깨의 떨림만 있다.
마노는 그 손을 잡은 채, 천천히 이마를 치키의 이마에 갖다 댄다.
그 짧은 접촉은 마치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비밀스러운 입맞춤처럼 느껴진다.
“운동선수라서가 아니라, 그냥 남자라서 숨겨야 했던 사랑”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자꾸 내 안의 오래된 감정들이 떠오른다.
게이로 산다는 건 늘 “선택”을 강요받는 일이다.
사랑할 것인가, 숨길 것인가.
손을 잡을 것인가, 시선을 피할 것인가.
《Botineras》는 이 모든 선택의 순간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그건 단지 드라마가 아니라, 누군가의 생존기다.
그리고 나도 그 생존의 연대에 포함돼 있다.
최종 한줄평
“화려한 유니폼 뒤, 사랑과 진실이 싸우는 가장 인간적인 경기장을 그린 작품이다.”
한눈에 보는 리뷰 요약 카드
제목 | Botineras |
제작 국가 | 아르헨티나 |
장르 | 텔레노벨라, 드라마 |
출연 | 니콜라스 카브레, 로미나 가에타니, 다미안 데 산토 등 |
방영 기간 | 2009년 11월 24일 ~ 2010년 8월 25일 |
줄거리 요약 | 축구계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부패와 사랑, 그리고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
※ 본 리뷰에 포함된 이미지는 AI 생성 이미지이며, 실제 인물 및 장면과는 무관한 참고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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