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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s exitosos Pells 리뷰|스포트라이트에 갇힌 두 남자의 진실

무지개를 보는 BLQ43 2025. 4. 5. 22:32

뉴스 스튜디오 조명 아래에서 서로를 마주보는 30대 남성 두 주인공, 한 명은 정장을 입고, 다른 한 명은 캐주얼한 셔츠 차림으로 감정이 복잡하게 교차되는 순간

현실보다 더 진짜 같았던 거짓

TV 뉴스가 시작되면, 정돈된 목소리와 단정한 정장이 전하는 진실이 있다.
하지만 그 진실은 얼마나 진짜일까.
그리고 그 화면 속 인물이 더 이상 자기 자신이 아닌 누군가로 살아간다면, 그 사랑은, 그 관계는 어디로 향할까.

‘Los exitosos Pells’는 그런 질문에서 시작되는 아르헨티나의 드라마다.
세련되고 냉정한 뉴스 앵커 마르틴 펠스와, 그를 대신해 그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무명배우 곤살로의 이야기는,
익숙한 삼각 구도를 벗어나 정체성, 사랑, 사회적 위선을 함께 끌어안는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한동안 거울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겉으로는 “괜찮아요”라 말하며 사회에 섞이지만, 속으로는 “나는 누구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하던 나날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완벽한 삶의 대역, 그리고 진짜 나

등장인물 분석은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 마르틴 펠스는 완벽한 외모, 촌철살인의 화법, 대중의 사랑을 받는 뉴스 앵커. 하지만 그는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을 감춘 채 살고 있다.
    그의 삶은 진실을 전하는 방송이지만, 정작 본인의 삶은 거짓으로 유지된다.
  • 곤살로 에차구에는 연기 경력이 미미한 배우. 마르틴이 사고로 코마에 빠진 뒤, 그와 닮은 외모 덕분에 그의 인생을 대신 살게 된다.
    그는 점점 마르틴의 삶에 스며들며,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어느 순간 진심으로 그가 사랑했던 남자에게 끌리게 된다.
  • 토마스: 마르틴의 비밀스러운 연인. 드라마에서 직접적인 키워드로 다뤄지진 않지만, 이 인물의 존재는 곤살로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자각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당신이 그 사람처럼 말할 땐, 나도 그 사람을 다시 사랑하게 돼요.”

이 대사는 곤살로가 연기하는 마르틴을 알아챈 인물의 입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대사를 듣는 곤살로의 표정은 복잡하다.
사랑받는 존재를 연기하는 일과, 실제로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일 사이의 간극은 너무도 커서,
곤살로는 자주 혼란에 빠진다.

사랑은 거짓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감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그 사실을 곤살로의 눈빛과 숨결, 흔들리는 감정선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감춰진 나로 살아간다는 것

나는 43세, 아직 독신이며, 게이 정체성을 감추고 살던 시절이 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회사 회식 자리에서, “여자친구 없냐”는 질문에 웃으며 넘겼다.
그 시절의 나는 곤살로와 마르틴의 중간 어딘가에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며 자꾸 내 감정이 흘러넘쳤던 건,
단순히 BL 장르의 설렘 때문이 아니라
“그땐 정말 이렇게 살아야만 했지”라는 감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장면: 두 개의 삶, 하나의 사랑

한 장면. 곤살로가 마르틴의 옷을 입고 방송 리허설을 한다.
그는 마르틴의 목소리를 따라 하고, 걸음걸이를 따라 하고, 그가 쓰던 펜의 방향까지 흉내 낸다.
그 모습을 모니터로 지켜보던 마르틴의 연인이 눈가가 붉어진 채 나지막이 말한다.

 

“그 사람은 그렇게 펜을 돌리곤 했어요…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요.”

 

이 대사는 정말 압권이었다.
누군가의 습관,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사랑이 녹아 있었고,
그 습관을 모르는 자는 결국 진짜가 아니라는 슬픈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


최종 한줄평

“누구의 삶을 살고 있든, 사랑은 결국 진짜를 향한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눈에 보는 리뷰 요약 카드

항목내용
제목 Los exitosos Pells
제작 국가 아르헨티나
장르 BL 드라마, 텔레노벨라
출연 마이크 아미고레나, 카를라 피터슨 등
방영 기간 2008.11 ~ 2009.07
핵심 키워드 정체성, 대역 인생, 거짓 속 진실, 퀴어 로맨스
러닝타임 총 139화 (30분 내외)
공식 채널 Telefe

※ 본 리뷰에 포함된 이미지는 AI 생성 이미지이며, 실제 인물 및 장면과는 무관한 참고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