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의 나에게, 사랑은 질문이었다
누구나 열일곱쯤 되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지?” “이 감정은 뭐지?” “나, 괜찮은 사람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더 깊은 밤으로, 더 고요한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Skam 시즌 3》은 노르웨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소년,
이삭 발터센이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의 곁엔, 에반 베이그엔이라는 존재가 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퀴어 로맨스를 넘어
십대의 혼란, 외로움, 사랑, 정체성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감정들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조용히 보여준다.
그건 정확히, 우리가 살면서 가장 처음으로 '나'를 인식했던 그 순간들과 닮아 있다.
이삭과 에반, 그리고 내가 가장 숨기고 싶었던 나
- 이삭은 조용한 성격의 17살 소년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별다를 것 없이 웃고 떠들지만,
내면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질문들이 자꾸만 고여 있다.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 걸까?"
"그럼 난 어떤 사람이 되는 거지?" - 에반은 전학생이자, 예술적인 감성이 짙은 인물이다.
삶을 유연하게 바라보는 듯하지만
사실은 자신도 스스로의 감정과 기복 속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둘은 우연히 같은 과제를 함께 하게 되면서 가까워지고,
처음엔 친구인 듯 친구 아닌 감정선 위를 조심조심 걷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길어지고,
말끝이 자꾸 떨리게 되며,
침묵마저 더 많은 의미를 담게 된다.
“나는 너를 사랑해. 그리고 그것이 내가 누구인지 알려줘.”
이삭이 에반에게 전한 이 말은
단순한 사랑 고백이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첫 번째 자답이자,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정체성 선언이었다.
나는 이 장면에서
너무 오래 혼자였던 스무 살의 내가 떠올랐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비로소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던 그 시절.
그 사랑은 쉽지 않았고,
오히려 날 더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내 존재를 인정해주는 일이기도 했기에, 그건 너무 소중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 수영장 속, 그 짧은 영원의 표정
어느 날 밤, 이삭과 에반은 함께 수영장에 들어간다.
물은 조용히 흐르고, 아무 말도 없다.
두 사람은 물속에서 서로를 바라본다.
조명은 은은하고, 물결 위로 감정만 출렁인다.
에반이 조용히 다가와 이삭의 손을 잡는다.
그 순간, 이삭은 아주 천천히 눈을 감고, 숨을 고른다.
두려움도, 기쁨도, 고백도 말 없이 전해지는 장면.
그 장면은 나에게도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의 체온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말 대신, 온기가 모든 걸 말해주던 밤.
나의 혼란이 누군가의 사랑으로 이해되는 시간
《Skam 시즌 3》은
퀴어라는 정체성을 미화하거나 비극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삭이 가족, 친구,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또 찬란한 일인지
조용하게, 그러나 정확하게 전달한다.
이건 어느 순간의 나였고,
지금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
최종 한줄평
“스스로를 외면해왔던 소년이, 사랑을 통해 자신을 인정하게 되는 가장 따뜻한 성장 서사다.”
한눈에 보는 리뷰 요약 카드
제목 | Skam 시즌 3 |
제작 국가 | 노르웨이 |
장르 | 성장 드라마, 퀴어 로맨스 |
출연 | Tarjei Sandvik Moe, Henrik Holm |
방영 시기 | 2016년 (시즌 3) |
주요 키워드 | 정체성, 청소년, 게이, 자아 발견, 첫사랑 |
공식 채널 | NRK (노르웨이 국영방송) |
시즌 정보 | 시즌 3는 이삭 중심, 총 10화 |
※ 본 리뷰에 포함된 이미지는 AI 생성 이미지이며, 실제 인물 및 장면과는 무관한 참고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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