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리뷰 29

🎬 El Club 리뷰|금기의 경계에서 피어난 정체성, 그리고 그를 향한 감정

“너와 나, 이 판에서는 아무도 몰라야 했던 이름이었어”범죄와 쾌락, 그리고 사랑 사이의 이중생활 《El Club》은Netflix 오리지널로 제작된 멕시코 드라마로,부유한 젊은이들이 일탈로 시작한 마약 유통 사업에깊숙이 빠져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단순한 범죄물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주인공 중 한 명인 ‘산티아고’의 퀴어 서사가작품의 한 축을 조용히 그리고 진중하게 지탱하기 때문이다.아무도 모르게 시작된 그의 감정은,범죄보다 더 숨기고 싶었던 진짜 욕망이었다.“넌 나한테 위험한데… 왜 이렇게 계속 생각나지?” 산티아고 (Santiago)기득권 집안 출신, 부드럽고 조용한 성격.겉으로는 모범적이지만내면엔 말 못할 갈등과 질문이 얽혀 있다.그는 친구들과 함께마약 유통 조직에 가담하며 점점..

🎬 Operation Hyacinth 리뷰|국가가 사랑을 감시하던 시대, 침묵은 죄가 되었다

사랑이 범죄가 되던 날들지금 이 순간,누군가는 손을 맞잡고 거리 위를 걷는다.그러나 그 시절 폴란드에선그 손을 내미는 것조차 ‘감시의 대상’이 되는 행위였다. 《Operation Hyacinth》는1980년대 폴란드 정부가 실제로 시행했던게이 남성 색출 작전 ‘히아신스 작전’을 배경으로 한섬뜩할 만큼 사실적인 퀴어 스릴러다.이야기는 살인사건 수사를 맡은 한 젊은 경찰이동성애자들을 추적하는 국가의 시스템 안에서자신의 정체성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아낸다.목소리를 내는 순간, 더는 돌아갈 수 없다로베르트 (Robert, Tomasz Ziętek)아버지의 뜻대로 경찰이 되었지만,그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억압하는 도구’**가 되어가는 청년.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쫓다게이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가게 되..

🎬 Mid-Century Modern 리뷰|팔로우미, 중년의 황금기를 함께 살아가는 법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한다인생의 중반기에 접어들면, 우리는 종종 새로운 시작을 꿈꾸지만 그에 따르는 두려움도 함께 찾아온다.**《Mid-Century Modern》**은 그런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이다.이 드라마는 중년의 게이 남성들이 함께 살아가며 겪는 사랑, 우정, 그리고 삶의 희로애락을 그려내며,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의 용기를 불어넣는다.​각자의 색깔로 빛나는 인생의 주인공들버니 슈나이더만 (Bunny Schneiderman, 네이선 레인 분)성공한 사업가로,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사랑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한 인물이다.겉으로는 자신감 넘치지만, 내면에는 사랑에 대한 갈망과 두려움이 공존한다.그의 복잡한 감정선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

🎬 Queer as Folk 리뷰|게이 커뮤니티의 ‘리얼’한 삶, 그 시작과 끝

‘있는 그대로의 우리’가 처음으로 화면에 등장했던 시간2000년대 초반.브라운관에 남자와 남자가 키스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세상은 충격을 받았다.그러나 우리에겐 충격이 아니라 숨통이 트이는 장면이었다. **《Queer as Folk》**는 그 시절,TV 속 ‘비정상’ 취급 받던 성소수자들의 삶을처음으로 당당히 메인 서사로 그려낸 미국 드라마다.그리고 지금 다시 봐도,그 진심과 용기는 여전히 눈부시다.자극보다 진심, 드라마보다 ‘삶’ – 등장인물 분석브라이언 키니 (Gale Harold)이 드라마의 상징 같은 인물.잘생기고 매력적이며, 절대 사랑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주의자.하지만 그 내면엔 누구보다 외로운 아이가 숨어 있다.사랑을 부정하면서도 사랑받고 싶고,관계를 거부하면서도 혼자는 싫은 남자.그의 복잡함..

🎬 Looking 리뷰|게이 남성들의 삶을 '실제로' 살아낸다는 것

환상 없이 현실을 살고 싶었던 어느 게이의 이야기우리는 늘 "대표성 있는 이야기"를 갈망한다.하지만 ‘게이 남성’의 삶이 브로맨스로 소비되거나,아니면 너무 극적으로만 다뤄졌던 시대가 있었다.그러던 중, 2014년 HBO에서 조용히 방영된 한 작품.바로 **《Looking》**이었다.이 드라마는 소란스럽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그저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세 명의 게이 남성이삶을 살고, 사랑하고, 이별하며,“어떻게 오늘 하루를 견뎌내는가”를 따라간다.그 일상성의 담백함이 오히려이 드라마를 시대를 앞서간 퀴어 시리즈로 만들었다.이상적이지 않은 우리,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들 패트릭 (조너선 그로프)게임 디자이너. 귀엽고 똑똑하지만, 연애엔 늘 서툴고 복잡한 감정을 끌어안고 살아간다.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하면서도..

🎬 Con Lugar 리뷰|그냥 살아가는 이야기, 그런데 그게 바로 우리의 사랑이었다

“내가 게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어”그냥 사랑하고, 실수하고, 웃고 우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일상《Con Lugar》는 멕시코에서 제작된드문 게이 중심 웹드라마 시리즈로,2017년부터 YouTube를 통해 공개되며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지지를 받았다. 이 드라마는극적인 사건이나 자극적인 전개보단**게이 청년의 ‘아주 평범한 삶’**을 그린다.그리고 그 점이오히려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왜냐하면‘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은 퀴어 서사’를 만나기란쉽지 않기 때문이다.“게이인데, 그냥 일하고 연애하고… 그게 전부야” 아르만도 (Armando)멕시코시티에 사는 20대 후반의 게이 청년.디자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가끔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어쩌다 썸도 타는너무도 보통의 사람. 하지만그..

🎬 Plus & Minus 리뷰|우정과 사랑 사이, 덧셈과 뺄셈을 반복하는 마음

우리가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더 어렵다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구가 있다면,그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그만큼 깊게 서로를 모를 수도 있다.《Plus & Minus》는 ‘너무 오래 알아온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드라마다.같이 자라온 시간, 공유한 일상, 익숙한 감정들.그 안에서 생긴 ‘사랑’은 때로 가장 어색하고, 가장 어렵다.그러나 이 드라마는 말한다.“괜찮아, 우리가 너무 잘 알아서 더 어려울 뿐이야.”사랑은 계산이 아니다정저우 (Zhen Zhou, Shih Cheng Xuan)차분하고 사려 깊은 성격의 변호사.친구이자 파트너인 푸리고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쌓아온 우정 속에서자신의 감정이 ‘사랑’이라는 걸 늦게서야 인식하게 된다.그는 감정 표현이 서툴고, 늘 조심스럽다.자신이 ..

🎬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 리뷰|첫사랑은 끝났을까, 아니면 잠시 멈춰있던 걸까

7년 만의 재회, 멈춰 있던 감정이 다시 시작됐다사랑에는 ‘타이밍’이란 게 있다.하지만 타이밍이 한 번 어긋났다고 해서 사랑이 끝나는 건 아니다.가끔은, 오랜 시간 멈춰 있던 감정이 예상치 못한 순간 다시 흐르기도 한다.**‘우리 연애 시뮬레이션’**은 바로 그런 이야기다.과거의 감정을 품은 채 멀어진 두 사람이, “우연히” 그리고 “의도치 않게” 다시 만나게 되는 순간.그리고 그들이 다시 마주하게 되는 감정.그 찬란하고도 서툰 재회를, 이 드라마는 아주 조용하고 섬세하게 그려냈다.첫사랑의 그늘 아래, 서로를 마주하다 – 등장인물 분석이완 (이종혁)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 고등학교 시절 친구 신기태에게 고백했지만,그날 이후 전학을 가며 도망치듯 멀어진다.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게임 회사의 원화가 면접..

🎬 Stay by My Side 리뷰|들리지 않던 마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귀신보다 무서운 건, 네가 내 옆에 없다는 감정이었다어떤 감정은 소리로도, 시선으로도 닿지 않는다.그건 바로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다.**《Stay by My Side》**는 초자연적인 설정을 입었지만,그 중심엔 아주 현실적인 두 사람의 감정이 있다.공간을 함께 써야만 했던 두 사람이, 서로를 “들으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이야기.정확히 말하면,서로의 “존재를 인식해가는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귀신보다 더 선명한 네 목소리 – 등장인물 분석부샤 (Xu Bin)할아버지의 사후, 귀신의 목소리를 듣게 된 평범한 대학생.처음엔 그 능력이 공포였지만,어느 순간부터 동방장치와 함께 있을 때만 그 목소리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부샤는 겉으로는 철없는 듯 보이지만,혼자서 두려움을 삼키고 살아가는 속이 깊은 아..

🎬 재즈처럼 리뷰|음악으로 피어난 상처의 연대, 사랑이 흐르는 순간들

낯설지만 익숙한 멜로디처럼, 마음이 먼저 반응한 순간누군가의 첫사랑은 계절의 냄새로, 어떤 사람의 첫사랑은 영화의 장면으로 남는다.그리고 내게 첫사랑은… 음악이었다.이 드라마를 처음 틀었을 땐 기대보다 불안이 앞섰다.음악이라는 서정성, 청춘이라는 불안정함, 그리고 사랑이라는 섬세함이 섞인 서사를 과연 안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그런데 의외였다.**‘재즈처럼’**은 말 그대로 “재즈처럼” 우리 감정의 리듬에 맞춰 유연하게 흔들렸다.조용히 울리는 선율처럼, 두 사람은 마음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닫힌 마음 속에 감춰진 감정의 선율 – 등장인물 분석한태이 (지호근)형의 죽음 이후 삶에 대한 의지를 잃고 표류하는 인물.무기력과 반항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하지만 음악 앞에서는 정직해진다.처음엔 피하려던 서헌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