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퀴어 드라마 리뷰/🇬🇧 영국

🎬 It's a Sin 리뷰|우리는 살고, 사랑하고, 웃었고, 사라졌다

무지개를 보는 BLQ43 2025. 5. 5. 11:11

1980년대 런던 아파트에서 퀴어 친구들이 파티를 즐기며 웃고 있는 순간

에이즈는 질병이 아니라, 침묵 속에서 생긴 상처였다

1980년대, 런던.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병이 퍼지기 시작한다.

그 병은 이름도 없이 사람들을 쓰러뜨리고,
뉴스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It's a Sin》은 그 공백 속에서 생존하고 사랑하며 살아간
청춘들의 삶을 찢어지게 아름답게 그려낸 이야기다.

단지 ‘질병 드라마’가 아니다.
이건 기록되지 못한 시대와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연대의 선언문이다.


죽음을 몰랐던 청춘들의 빛

리치 (Olly Alexander)
밝고 에너지 넘치며, 연기를 사랑하는 게이 청년.
대학 진학과 함께 런던으로 올라와
처음으로 ‘자유’를 만난다.

리치는 드라마 속 ‘빛’ 같은 존재다.
그러나 그는 그 빛의 강렬함만큼 빠르게 사그라든다.

그가 “난 절대 죽지 않아!”라고 웃으며 말하던 장면은
마지막 회를 본 후에 다시 떠오르면 눈물로 번져든다.

 

질 (Lydia West)
이 드라마의 ‘심장’ 같은 인물.
게이 친구들의 엄마, 누나, 친구이자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연대자다.

세상이 이들의 죽음을 무시할 때,
질은 무너지지 않고 목소리를 낸다.
질 덕분에, 우리는 이들의 삶을 기억하게 된다.

 

로지코, 애쉬, 콜린…
그들은 개성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다.
하지만 그 모두가 한 공간에서,
함께 웃고, 싸우고, 파티하고,
그러다가… 차례차례 사라져간다.

드라마는 ‘죽음’을 조명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게 만든다.


“우리는 죽지 않았어. 사랑했어.” 

마지막 회에서, 질은 병상에 있는 리치를 향해 말한다.

 

“넌 살아 있었고, 사랑했고, 누구보다 찬란했어.”

 

그 말은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다.

세상은 그들을 ‘에이즈 감염자’, ‘부도덕한 존재’로 규정했지만
《It's a Sin》은 그 모든 낙인을 거부하고
그들이 누구였는지를 ‘사랑’으로 다시 써내려간다.

이 드라마는 관찰자가 아닌
‘함께했던 사람의 시선’으로 서사를 구성한다.
그래서 더 따뜻하고, 더 아프다.


나는 질이었다, 나는 리치였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수없이 울었다.

나는 ‘질’처럼
친구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함께 아파해준 사람이 있었으면 했고,

나는 ‘리치’처럼
당당하게 웃으며 살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아직도 어떤 사회의 일부는
‘게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잃는 일을

질병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It’s a Sin》은 나에게 상처를 건드렸지만,
그 안에 아직 희망이 있음을 알려줬다.

그들은 정말 죽은 게 아니라,
우리 기억 속에,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속에 여전히 존재하니까.


병실 한켠에서 ‘모른 척’했던 가족

리치가 죽기 전,
그의 부모는 병실에 모든 친구의 출입을 막는다.

수년간 함께 살았던 질,
생일을 같이 보내고, 이별도 함께 겪었던 그들은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부모는 끝내 리치를 수치와 침묵 속에서 묻어버린다.

이 장면은 에이즈보다 더 아픈 병,
‘부정과 배제’가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순간 질이 문 밖에 서서 울던 모습,
그게 지금도 많은 퀴어 청년의 현실이라는 것이 더 서글펐다.


최종 한줄평

사랑으로 삶을 증명한 청춘들,
그들을 기억하게 만든 가장 강력한 드라마다.


한눈에 보는 리뷰 요약 카드

항목내용
제목 It's a Sin
제작 국가 영국
장르 퀴어 드라마, 청춘, 에이즈 시대극
방영 연도 2021
출연 올리 알렉산더, 리디아 웨스트, 칼 콜린스 외
제작 Channel 4, HBO Max
회차 총 5부작

※ 본 리뷰에 포함된 이미지는 AI 생성 이미지이며, 실제 인물 및 장면과는 무관한 참고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