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없이 현실을 살고 싶었던 어느 게이의 이야기
우리는 늘 "대표성 있는 이야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게이 남성’의 삶이 브로맨스로 소비되거나,
아니면 너무 극적으로만 다뤄졌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던 중, 2014년 HBO에서 조용히 방영된 한 작품.
바로 **《Looking》**이었다.
이 드라마는 소란스럽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저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세 명의 게이 남성이
삶을 살고, 사랑하고, 이별하며,
“어떻게 오늘 하루를 견뎌내는가”를 따라간다.
그 일상성의 담백함이 오히려
이 드라마를 시대를 앞서간 퀴어 시리즈로 만들었다.
이상적이지 않은 우리,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들
패트릭 (조너선 그로프)
게임 디자이너. 귀엽고 똑똑하지만, 연애엔 늘 서툴고 복잡한 감정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하면서도,
‘좋은 게이’로 보이고 싶은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의 연애는 불안정하고 모순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어거스틴 (프랭키 J. 알바레즈)
예술가 지망생.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며
종종 실망스럽고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
그의 파트너와의 갈등은
*“관계는 어떻게 유지되고, 어떻게 무너지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돔 (머레이 바틀렛)
레스토랑을 열고 싶어 하는 중년 게이 남성.
연애보다는 커리어, 사랑보다는 자존감 회복을 먼저 고민한다.
그러나 그의 내면엔
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어린 마음이 남아 있다.
“우리는 그냥 살아가고 있는 거야.”
패트릭은 어거스틴과의 대화 중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냥 살아가고 있는 거야. 계획도 없고, 정답도 없어.”
이 대사는 《Looking》이라는 드라마의 톤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이 작품은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보여준다.
- 소개팅의 민망한 공기
- 연인과의 섹스 중 터져나온 싸움
- 친구들과의 술자리 속 미묘한 거리감
- 가족 모임에서의 어색한 정체성 대면
이 모든 장면은, 우리가 매일 겪는 진짜 ‘삶’의 조각이다.
그 안에 게이라는 성 정체성이 녹아 있을 뿐,
그건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다.
그게 바로, 《Looking》의 위대함이다.
공감은 대단한 드라마에서가 아니라, 평범한 삶 속에서 온다
내가 이 드라마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등장인물 중 누구 하나도 '정답 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연애에 서툴렀고,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일은 아직도 마음속 과제로 남아 있다.
패트릭이 소개팅 자리에서 ‘어느 쪽이 탑이냐’를 묻는 사람에게
불편한 미소를 짓는 장면을 보며,
나도 과거에 그 질문 앞에서 웃어 넘긴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나에게
‘대단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나의 지난 10년을 보는 것 같은, 조용한 거울이었다.
커밍아웃한 아들과의 저녁 식사
패트릭이 아버지와 저녁을 먹는 장면.
그의 아버지는 게이라는 정체성을 아직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화는 자꾸 어긋난다.
그러자 패트릭은 조용히 포크를 내려놓고 말한다.
“아빠는 내가 누구랑 자는지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에 관심을 가져야 해.”
짧고 조용한 이 대사는
커밍아웃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정체성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인정'받고 싶은 마음.
그 장면은 끝내 나를 울렸다.
최종 한줄평
누군가의 삶을 빌려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작품이다.
한눈에 보는 리뷰 요약 카드
제목 | Looking |
제작 국가 | 미국 |
장르 | 드라마, 게이 중심 퀴어 드라마 |
방영 연도 | 2014 ~ 2015 |
출연 | 조너선 그로프, 프랭키 J. 알바레즈, 머레이 바틀렛 |
시청 가능 플랫폼 | HBO Max |
회차 | 시즌 1(8화), 시즌 2(10화), 스페셜 에피소드 포함 |
※ 본 리뷰에 포함된 이미지는 AI 생성 이미지이며, 실제 인물 및 장면과는 무관한 참고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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