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과거의 나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
누군가 내게 "너는 언제 너였니?"라고 묻는다면,
정말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Maricón Perdido>는 이 단순하고도 복잡한 질문에 천천히 다가가는 드라마다.
작고 여린 마음을 가진 소년이 세상과 부딪히고, 사랑에 흔들리고,
무수히 많은 "틀림"과 "다름" 사이에서 자기를 찾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그 여정은, 우리 모두의 성장기와 닮아 있다.
단지 이 이야기가 게이 소년의 이야기일 뿐이지,
그 아픔과 웃음은 우리가 지나온 사춘기와 닮았다.
주인공 ‘로베르토’|사랑을 안다는 건, 나를 인정하는 일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한 명의 소년, 로베르토가 있다.
조용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TV 속 여배우처럼 걷는 법을 몰래 따라하는 아이.
- 어머니 앞에선 착한 아들,
- 학교에선 말없이 조용한 아이,
- 혼자일 땐 누구보다 생생한 상상의 세계를 가진 사람.
그가 처음 남자에게 설렘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첫사랑의 가슴 떨림과 동시에 찾아오는 공포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그 순간, 난 그 애를 좋아하는 내가 무서웠어."
이 한 줄이 너무 아프다.
마음이 끌리는 그 감정보다,
그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이 무섭다는 말.
어쩌면 많은 LGBTQ+ 청소년들이 겪었을 감정,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느꼈을 “있는 그대로의 나”에 대한 두려움.
“내가 이렇게 태어난 걸, 왜 아무도 미리 말해주지 않았을까”
이 드라마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정체성의 혼란”을 너무도 진솔하게 다뤘다는 것.
로베르토는 자신이 '다른 사람'이란 걸 점점 알아간다.
그게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혼란과 실수, 상처가 따라온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 위에 얹혀 있는 건,
‘글을 쓰는 로베르토’가 과거의 자신을 끌어안는 시선.
이건 일기이자 자서전이면서, 동시에 위로다.
공감의 순간|“말 못한 채 지나온 감정들”에 대한 사적인 위로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오랜만에,
나도 몰랐던 과거의 감정을 떠올리게 됐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았을 순간들이,
내겐 왜 그렇게 숨막히고 벅찼을까.
말 한 마디에 얼굴이 화끈해지고,
누군가의 시선이 내게 오래 머물면 그게 사랑인 줄도 모르고 도망치던 시절.
<Maricón Perdido>는 그런 말로 하지 못한 감정들을
화려하지 않게,
그저 조용히 꺼내 보여준다.
그래서 더 진하다.
기억에 남는 장면 묘사|혼자만 웃고 있던 소년
학교 체육 시간.
다들 뛰어노는 운동장에서 로베르토는 홀로 앉아 만화를 그리고 있다.
친구들이 그를 이상하게 보지만,
그는 그 시선이 익숙한 듯, 고개를 돌려 조용히 혼자 웃는다.
그 웃음은 방어이기도 했고, 작은 용기이기도 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괜찮아”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혼자였던 시간이 있었기에,
그는 나중에 ‘자기 자신’을 써 내려갈 수 있었던 거니까.
✨ 한 줄 평
정체성을 향한 긴 여정 끝에, 자기 자신을 껴안게 되는 아주 조용하고 깊은 성장 이야기다.
📌 한눈에 보는 리뷰 요약 카드
작품 제목 | Maricón Perdido (마리콘 페르디도) |
제작 국가 | 스페인 |
장르 | 성장 드라마, LGBTQ+, BL 감성 서사 |
플랫폼 | TNT Spain, HBO Max |
주요 인물 | 로베르토 (소년기~성인기 주인공) |
감상 포인트 | 정체성 혼란, 첫사랑, 자전적 글쓰기, 성장기 |
※ 본 리뷰에 포함된 이미지는 AI 생성 이미지이며, 실제 인물 및 장면과는 무관한 참고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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